shine_on_me 2024. 7. 7. 01:24

나는 언제나 앞만 보는 사람이었다.
미래지향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과거에 ‘불을 지르고’ 현재와 미래만 바라보는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큰 마음을 먹고 쓰기 시작한 일기장은 계속 찢어버리기 일쑤였고,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블로그는 폭파했고,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며, 나의 흑역사를 연상케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걸 포기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과거의 나에 대한 굉장한 혐오와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느끼는 지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자기혐오? 낮은 자존감? 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확신도 있는 편이라, 언젠가는 이 문제의 근원을 찾아야겠노라고 결심했었다.

지금 와서 추측해보면 ‘완성형이지 않은’ 나를 지워버리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서 나온 모든 output은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철칙이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만든게 아닐까. 완성된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은 모두 내놓기 부끄럽고, 어설픈 것들로 치부되기 때문에 나는 지금껏 과거의 나를 외면해온 게 아닐까.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완성된 나’는 대체 뭐지?  

나는 나의 생각을 어딘가에 담아내거나 저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에게 말하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불편해 한다. 왜 굳이? 남에게, 스스로에게 Judging 당할 것이 뻔한데, 내 생각이 나중에는 달라질 수도 있는데, 팩트에 기반한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그냥 스스로 생각하고 내 자신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남들에게 잘 말하지는 않지만 나는 내적으로는 상당히 풍요로운 사람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화‘하는 것에 어색함과 어려움을 느끼다보니, 좀 바보같은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내재화된 것을 언어화하는 것을 힘들어하다니, 글로 남을 설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이래서야 쓰나. 이제 그런 걸 부끄러워하고 민망해 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가 이곳에 쓰는 모든 내용과 행위는 30년 간 넘게 이기지 못한 스스로의 관성에 반하기 위한 것이다. 누가 이길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정의하는 근육은 길러지겠지.